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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 나노 쪼개고, 꿈의 신소재 입혔더니…“5분 만에 전기차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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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에스그래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06회   작성일Date 23-12-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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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입력 2023.12.14 16:57 업데이트 2023.12.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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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이관형 에스그래핀 대표이사]


    “초고속 충전은 가장 큰 ‘기술적 쿠데타’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초고속 충전 기술’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내린 호평이다. 배터리 초고속 충전기술은 전기차 업계에선 꼭 넘어야 할 ‘마의 벽’이다. 오죽하면 18분 만에 배터리를 10→80%까지 채워낼 수 있는 현대차의 충전 기술에 ‘쿠데타’라는 평가까지 했을까. 실제로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은 긴 충전 시간이다. 차량마다 차이가 있지만, 완속 충전기로 완충을 할 경우 최대 10시간이 걸리고 급속 충전기는 1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 시간을 단 5분으로 줄일 수 있다면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에스그래핀을 창업한 이관형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실리콘 음극재에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접목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실험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음극재 재료인 흑연을 실리콘으로 바꾸면 충전 시간이 단축되고 배터리 용량도 늘어난다”며 “하지만 불안정한 성질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해왔는데, 이를 그래핀으로 극복해냈다”고 설명했다. 에스그래핀은 이런 혁신기술 기반의 창업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창업 국가 대한민국 국제 심포지엄’에서 대한민국 혁신창업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배터리에서 양극재는 용량·전압을 결정하고, 음극재는 충전 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준다. 배터리는 용량을 키우면 무게와 크기가 늘어나고, 용량을 줄이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배터리의 무게·크기를 무작정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찾아낸 해법이 음극재 구성 물질을 바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흑연은 지난 30여 년간 음극재의 주요 물질로 사용돼왔다. 우선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화학적 안정성도 높다. 무엇보다도 구조적으로 유연해 충·방전 과정에서 반복적인 변형이 일어나는 배터리 특성을 잘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가졌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충·방전 과정에서 용량 손실과 성능 저하가 수반되고, 음극재의 물리적 변형으로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중량 때문에 용량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10배 높아 같은 양을 써도 배터리 용량을 10배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실리콘에 리튬이 접촉하면 수축·팽창을 반복하며 실리콘이 깨지고, 배터리 수명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입자를 머리카락 100만 분의 1 굵기인 150나노미터(㎚·1㎚=10억 분의 1m)로 쪼개면 리튬과 접촉해도 수축·팽창이 크게 일어나지 않아요. 팽창하며 실리콘이 깨지는 문제점을 막을 수 있지요. 또 전해액이 이동하며 실리콘 표면에 퇴적되면 배터리 용량이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는데, 그래핀으로 실리콘 나노입자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은 흑연의 한 층으로, 탄소 원자가 평면에 육각형으로 연결된 투명 물질이다. 열 전도성이 뛰어나고, 전자 이동 속도는 반도체인 실리콘보다 140배 이상 빠르다. 특히 실리콘 나노입자를 그래핀으로 코팅할 경우, 외형적으론 흑연의 특성을 가지므로 전해액이 퇴적되지 않는다. 충·방전을 오래 하면 다 깨져버리는 실리콘 음극재의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다. 강용묵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실리콘 음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카본으로 코팅하는 시도도 있었지만, 리튬과 반응할 경우 부피 팽창이 일어나 배터리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존재했다”며 “그래핀 코팅으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한 게 경쟁력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다른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는 충·방전을 150회 할 경우 효율이 80%대로 저하한다”며 “하지만 그래핀 코팅 나노실리콘 음극재는 95% 정도가 유지된다. 당장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이상적인 건 실리콘 100%를 사용한 음극재다. 실리콘이 흑연보다 무겁지만, 용량도 10배 높아 결과적으로 배터리 사이즈를 줄일 수 있다”며 “배터리 부피·무게 때문에 대형 트럭의 전기차화가 요원했는데, 그래핀 코팅 나노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하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지난해 4억 달러(약 5340억원)에서 2032년 287억 달러(약 38조31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스그래핀에 투자한 유안타인베스트먼트의 권남열 전무는 “현재 전기차 시장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로봇·드론 등 산업의 성장에 따라 2차전지 시장은 계속 급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기존 소재 개선은 한계가 있는 만큼 차세대 배터리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핀은 특장점이 많은 소재인데 산업화가 잘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그래핀을 실리콘 음극 코팅에 적용한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창업에 뛰어든 건 이른바 연구개발(R&D) 과제 수행 중 ‘3책 5공’이라는 현행 제도에 답답함을 느껴서다. 연구자는 총 5개의 과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책임연구는 3개까지만 가능하다.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정해놓은 상한이지만, 실제론 연구비 수주를 제한해 연구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그 뒤 죽마고우인 이종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의기투합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어지는 이 대표의 말이다. 

    “제가 연구만 해왔기에 기술은 자신 있었지만, 회사 경영을 하나도 몰랐어요. 초등학교 2학년 짝꿍이던 이종규 현 CFO에게 10년 전부터 말버릇처럼 ‘창업하자’고 해왔거든요. 사실 친구에게 창업하자고 말은 했지만, 진짜 그게 현실이 될 줄 몰랐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마침 연구년(교수가 재충전 및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휴가)을 맞게 돼, 작은 사무실에 책상 세 개 붙여놓고 첫발을 뗐죠.” 그 뒤 국내 배터리 학계에서 ‘최·강’으로 불리는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와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각각 연구총괄이사와 기술총괄이사로 합류했다. 이 대표는 “소재 연구를 오래 해왔지만, 배터리 분야 기술이 부족해 두 전문가를 모셨다”며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연구·기술 회의는 두 교수의 성을 따 ‘최·강 미팅’이라고 부른다. 기술적 조언 덕분에 빠르게 제품 성능을 올릴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에스그래핀은 현재까지 1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실리콘음극 생산을 위한 파일럿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고객사 검증 과정을 마친 2026년부터 본격 매출이 발생할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배 교수 창업자의 “기술에 집착하지 마라”는 조언이 큰 나침반이 됐다고 했다. 최고의 기술을 만들었더라도 시장에서 먹히는 기술은 하이테크가 아닌 ‘로우테크’였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교수라는 사람들은 특성이 자기가 모든 걸 해야 직성이 풀린다. 나도 학생들이 뭘 해와도 제가 다 검토해야 직성이 풀렸다”며 “그런데 회사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회사 운영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한 덕에 지금은 잘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D 창업 전담 플랫폼과 창업 활성화를 위한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창업을 하면서 법인 설립하는 것부터 세금 내는 것까지 모든 게 새로워 어렵다. ‘맨땅에 헤딩’하며 배워나갔다”며 “교수나 학생이 ‘창업하겠다’고 하면 법인 설립부터 고용까지 모든 걸 다 도와주는 전담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나 국가 차원에서 창업 도움 전담 플랫폼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교수이자 경영자, 두 역할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10시간으로 정해져 있어요. 어떻게 창업을 했는데 하루에 2시간만 쓰겠습니까. 교수 창업자로서 부담만 가중되는 셈이에요. 미국에선 겸직 승인 절차 자체가 없어요. 어떤 교수는 회사를 5개 넘게 창업하기도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가 학교 연구와 창업한 회사의 연구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에요. 교수가 창업하면 학교가 지분을 가져가요. 또 학교 명의로 등록된 특허도 별도로 구매해야 하죠. 회사 가치가 올라가면 학교도 주주 가치가 올라가는 건데 R&D 창업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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